1.
지식의 회의와 수많은 감정들에 지쳐 나를 잃고 병들어버렸다. 나는 아무도 없는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가 그 열렬한 고독 속에서 ‘나’를 만남으로써, 잃어버린 태초의 나를 되찾을 것이다. 본연이 나를 찾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 만큼, 나의 생명을 회복하고 싶다.
2.
열심히 살아도 먹고 살기 힘든 이 농촌의 현실이 너무나 고달프다. 분함을 토해내봐도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영혼 없이 술에 취한채 춤을 춰보지만 그럴수록 더 비참해질 뿐이다.
3.
맑은 넋을 가진 순수한 소년처럼 곧은 기운을 죽더라도 잃지 않고 싶다. 어떠한 시련이 나에게 닥쳐도 좋으니, 곧은 기운을 가진 푸른하늘을 계속 노래하고 싶다.
4.
겨울 나무는 추위를 견디고, 몸이 찢어지고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봄이 되면 온몸으로 꽃을 피운다. 우리의 삶도 겨울처럼 너무나도 괴롭겠지만, 버티고 견디고 이겨내면 봄이와 결국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5.
평화로운 푸른 하늘 아래 나는 온 몸으로 이 푸른 하늘을 느끼고 있다. 나는 말없는 자연에게서 무언가를 듣고, 강렬하게 쏟아지는 태양아래에서 무언가를 느낀다. 나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청명에게 이슬을 내어주고, 그 손길이 닿는 곳에 계속 머물고 싶다.
6.
자연과 사람이 서로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푸른 바람은 솔나무에게, 솔나무는 강변에게, 강변은 나무에게, 나무는 김매는 여인에게. 자연과 사람이 서로 교감하는 모습이 좋다.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예측한게 틀려도,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 속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아 상관 없다.
7.
모든 것이 의미가 없고 부자연스러운 이 곳에서 나는 외롭고 쓸쓸하다. 이 마음을 떨쳐내고자 돌을 던져보지만, 내 고독을 사라지지 않고 잠기어갈 뿐이다.
8.
나는 사람들이 큰길 앞에 집을 지을 것이다. 나는 날이 저물고 아침이 될 때까지, 따로따로 걷는 사람들 속에서 그대가 있나 찾아볼 것이다. 나는 그대가 이 곳을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겠다.
9.
나는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잊은 채, 잃어버린 것을 찾고자 돌담길을 밤낮으로 걷고 있다. 내가 끝이 없는 이 길을 계속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담 저쪽에 내가 잃어버린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나갈 수도 없는 길 저편에 있는 잃어버린 나를 찾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계속 걷고 있다.
10.
춘향은 바람처럼 보이지 않지만, 바람처럼 언젠가는 나타날 서방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서방님이 올까 오시는 길을 내려다보며 있는지도 모를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춘향은 서방님을 만나는게 너무나 간절했을 것이다.
11.
너를 기다리는 동안 모든 소리가 다 너가 내게 오는 것 일까봐 크게 들린다. 너의 부재를 확인하면 허망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계속 너를 기다리며 너에게 간다.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기다리며 나 또한 너에게 가고 있다. 너일까 설레어하는 동안 수많은 쿵쿵거림을 들으면서 나는 너를 기다리며 동시에 너에게 가고 있다.
12.
플라타너스는 너는 나와 파란 하늘을 꿈꿨고 나에게 사랑을 보내주었다. 나는 너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지만,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죽고 말 것이다. 나는 죽어서도 너와 함께 있고 싶다. 우리가 죽으면 사랑하는 창을 통해 우리가 꿈꿔온 하늘로 향하자
13.
나는 감당하기 힘든 시련과 피로에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나에게 병이 없다고 하고, 나는 결국 이를 참아야한다. 병원 두뜰에 하루종일 가슴 통증에 시달리지만 그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 여인을 보며, 우리 둘 다 아프지 않기를 바래본다.
14.
조치원으로 가는 길에 수도승처럼 홀로 서있는 수도승 같은 나무를 만났다.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길에 추위에 떨며 멍청하게 몰려있는 나무들을 보았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오는 길에 외롭게 하늘 문을 지키는 나무를 보았다. 내가 서울로 돌아왔을 때, 나 또한 나무들의 묵중함, 침울함 그리고 고독함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15.
아이가 열이 올라 괴로워하는데, 별 조차 길을 잃는 어두운 밤에 약을 구하러 갈 수가 없어내가 할 수 있는 건 신에게 기도하는 것 밖에 없다.
16.
내 거문고는 자신을 연주해 줄 사람이 없어 마음대로 울지도 못하고 있다. 거문고를 울게 해줬던 노인은 그를 잊은 채 어딘가에 있고, 그를 찾아가고 싶어도 이리떼와 잔나비떼들에 찾아 나설 수가 없다. 해가 바뀌어도 거문고는 마음대로 울 수가 없지만, 마음껏 울고 싶어 그를 연주해줄 사람을 기달고 있다.
(기린을 일단 거문고로 해석했는데, 기린=신비의 동물=성인이 나타날 징조 이걸로 해석해도 되나? 나중에 수정할 것)
17.
나는 아직 누군가를 해한 적은 없지만, 누군가를 해하기 위한 독을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친구는 독을 품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죽을테니 독을 버리라고 한다. 어차피 죽을 허무한 인생 독을 품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 원망할 일이 너무 많고, 내 마음을 뺏으려는 사람들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독을 버릴 수 없다.